에잇 생활             


사진 : 마지막 아이폰5s를 기리며.





10년만에 핸드폰을 바꿨다. 빨라지고, 화면이 커지고, 가격은 몹시 비싸졌다. 심지어 새로산 핸드폰은 이어폰도 안준다. 전에 쓰던 이어폰을 꽂으려했더니, 이어폰 구멍이 없다. 한참을 멍하니 이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궁리하다가 검색해보니, 핸드폰 불량 따위가 아니라, 언제부턴가 이어폰 단자가 사라졌단다. 내 줄이어폰은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이제 너 한쪽, 나 한쪽, 함께 음악을 듣는 일은 사라지겠지. 그 핑계대고 참 많이 꼬셨는데... 아쉽다. 에잇 촌스럽다, 어른.



올 겨울, 한라산 등산로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눈에 하얗게 쌓인 겨울 한라산은 눈이 멀것처럼 빛이 났다. 오르지 않았다면, 평생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보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나. 이제는 산을 오르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는 어른이 되었지만, 그만큼 재미없게 살고 있다. 좋아하는 것만 먹고, 좋아하는 음악만 듣고, 좋아하는 책만 읽고,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며 살고 있는데 왜 삶이 좋아하지지는 않을까. 에잇 재미없다, 어른.
 


여전히 티비가 없지만, 가끔 드라마를 본다. 서른다섯을 기점으로 드라마를 보면서 우는 일이 잦다. 보통은 실패한 사랑에 슬퍼해야 할텐데 나는 마침내 끝끝내 이루어진 사랑에 그렇게 눈물이 난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줄 아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 해피엔딩이 너무 슬픈 어른이 되었다. 에잇 이상하다, 어른.  



임시저장글에 몇개의 글이 쌓여있는데 올리지 않았다. 나이가 먹는 동안 글솜씨는 쪼그라들었고, 무엇보다 누군가 읽어줄 사람이 없다. 내가 좋아서 글을 쓴다는 건 거짓말이다. 얼마전에 전설의 싸이가 문을 닫았다는데 사진 한 장 건지지 못했다. 비번을 찾으려면 찾았겠지만 시도하지 않았다. 일단 저장해버리면 버리지도 못하는 추억이 될테니 그냥 곱게(?) 보내주고 싶었다. 나의 스무살 안녕.
이글루스도 어느 순간 사라질까봐 걱정이지만, 그렇다고 글을 옮기거나 사진을 저장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나의 서른살 미리 안녕. 맨날 안녕만 하는 나는 에잇,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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