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래잡기가 싫었던 아이 생활             

1.
6개월 동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밥보다 먹저 먹여야 하는 알약 한 알. 드릅게 먹기 싫어 죽겠다. 저 약을 다 먹으면 난... 서른이 된다. 그래서 더 먹기 싫은 게 분명하다. 내가 서른이 된다면 다 약때문이야!!! 

2.
가능한 최고 맛있는 스파게티를 먹고 싶다. 보통의 여자들은 못해도 이주에 한 번은 먹는다는데 나는 언제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외식이 잦지도 않을 뿐더러, 원래 면을 잘 못먹은 탓도 있다. 찬바람이 부니 적당히 느끼하고 고소한 크림스파게티가 몹시도 땡긴다. 근데, 잘 아는 가게가 없다. 보통의 이십대 후반 여성이 애정하는 크림스파게티 가게가 없다는 건, 좀... 서운하다. 추어탕집, 청국장집, 목살집, 생선백반집은 잘알면서.

3.
나는 늘 주목받는 사람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인기있는 아이가 아니었다. 교실에 있는듯 없는듯 조용히 사는 그런 캐릭터였다. 어느날 했던 롤링페이퍼에는 '넌 맨날 잠만 자서 기억이 잘 없어, 그만 자고 친해지자ㅋ'라고 써있었다. 사실 나는 딱히 잠만 잔 적이 없다. 그래서 게임도 싫었다. 술래잡기도 마찬가지였다. 술래잡기를 하면 나는 그냥 늘 둥그런 원을 구성하는 하나의 점에 불과했다. 주로 인기있는 아이들의 등에만 수건이 놓였던터라 나는 그냥 박수만 치다가, 잠깐 조마조마 하다가, 잡힌 술래의 노래를 듣다가 맥없이 게임이 끝났다. 아무리 뒤를 더듬거려봤자 잡히는 건 애먼 잡초뿐.
딱 한 번, 잡힌 적이 있다. 내 뒤로 술래가 지나가고, 그 술래가 나를 바라봤다. 눈치 챌 법도 한데, 그럴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한 바퀴를 세차게 뛰고 온 술래에게 목덜미를 잡혔다. 그리고 원 안에 나가 노래를 불렀던가... 엉덩이로 이름을 썼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내 뒤로 지나가는 술래의 눈빛만 기억난다. '너야, 네 뒤에 내가 수건을 뒀다고'라고 말하는 듯한 개구진 눈빛. 한 번 물어나 볼 걸 그랬다. 왜 그때, 하필이면 나였냐고. 나처럼 인기없는 아이 등에 왜 수건을 둔 거냐고. 나 엿먹일려고 그랬다면... 할 말은 없다.

4.
옆 테이블 선생님이 꽃을 받아오셨다. 예쁘다. 향긋하다. 스무살 땐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 나도 꽃, 받을 줄은 아는데...

5.
포스팅 하는 오늘도 여전히 야근하는 날!











덧글

  • 2013/10/18 23:4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0/22 18:27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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